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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연구소/서양 미술

서양미술로 보는 신화 이야기 -제우스와 에우로페-

by 지식 연구원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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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로 변한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태우고 바다를 건너고 있다.
황소로 변한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태우고 바다를 건너고 있다. 출처: 구글이미지

 

 

 

사랑해선 안 될 상대를 택한 '에우로페'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는 텔레파사라는 아름다운 아내를 맞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딸 에우로페는 텔레파사를 닮아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아름답게 자랐습니다. 에우로페 외에도 이들 부부는 카드모스, 포이닉스, 킬릭스라는 세 아들을 낳았는데, 아게노르의 용맹함을 그대로 물려받은 그들은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에우로페는 시녀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물놀이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던 에우로페였던지라 그녀를 흠모하는 사내들은 그녀가 거니는 바닷가 주변을 늘 기웃거렸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미모가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던 탓일지 사내들은 선뜻 에우로페에게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부모들 또한 흐뭇하고 대견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기필코 훌륭한 사윗감을 찾아 에우로페와 결혼시키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인이라는 소리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최고의 난봉꾼 제우스의 눈에 에우로페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이미 많은 여인과 불륜을 저질렀던 제우스였던지라 그의 아내 헤라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를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에우로페의 미모에 눈을 뗄 수 없었던 제우스는 그녀를 그냥 보낼 수 없었습니다. 이에 꾀를 낸 제우스는 에우로페가 자신에게 먼저 다가설 수 있도록 아름다운 황소로 변신하여 그녀가 자주 찾는 바닷가로 찾아갔습니다. 

 

 

보드라운 황금빛 털로 뒤덮인 황소를 발견한 에우로페는 호기심에 먼저 다가가 황소의 등을 어루만졌습니다. 황소는 에우로페에게 몸을 맡긴 채 가벼운 숨소리만 내쉬었습니다. 이 황소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에우로페는 시녀들과 함께 황소의 머리와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는 등 예쁘게 장식했습니다. 사람의 피부보다도 더 보드라운 황소의 털을 어루만지던 에우로페는 문득 황소의 등에 올라타고 싶어졌습니다. 이에 시녀들은 에우로페가 황소에 올라탈 수 있도록 부축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때까지 얌전히 있던 황소가 갑자기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황소는 에우로페의 시녀들이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깊은 곳까지 헤엄쳐 갔습니다. 처음에 에우로페의 시녀들이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자 두려움에 떨었지만 망망대해에 이르나 오히려 편안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에우로페를 태우고 조심스레 헤엄치던 황소는 잠시 후 크레타섬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크레타섬은 흡사 지상낙원처럼 아름답고 신비로운 꽃과 나무들로 우거져 있었습니다. 에우로페는 아름다운 섬의 풍경을 둘러보느라 황소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섬을 둘러보던 에우로페의 눈에 제우스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게다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자신을 태우고 온 황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제우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에우로페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녀는 당황하여 처음엔 도망쳤으나 제우스는 감미로운 밀어를 속삭이며 그녀를 유혹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에우로페는 어느덧 제우스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되었습니다. 난봉꾼 제우스 또한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어 오랜 세월을 그녀와 함께 크레타섬에서 지냈습니다. 

 

 

한편 에우로페의 아버지 아게노르는 시녀들로부터 에우로페가 황소에게 납치되어 바다로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큰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그의 아들들을 불러 "에우로페가 황소를 타고 바다로 사라졌는데 너희가 가서 찾아오너라. 에우로페를 찾을 때까지 내 앞에 돌아올 생각은 아예 말아라."라고 말했습니다.

불같이 화를 내면서 명령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놀란 아들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이 같은 남편의 모습에 겁이 난 텔라파사도 아들들을 따라나섰습니다. 이들은 에우로페의 행방을 찾아 전 세계를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바람피운 사실을 아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면서 지금껏 불륜 상대들에게 매몰차게 굴었던 제우스지만, 이번에 에우로페에 대한 그의 사랑을 좀 유달랐습니다. 점점 에우로페에게 빠져들었던 제우스는 그녀에게 '던지기만 하면 절대로 과녁이 빗나가지 않는 투창', '목표한 사냥감을 반드시 잡고야 마는 사냥개'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들은 미노스, 라다만티스, 사르페돈이라는 세 아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에우로페는 이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아게노르의 세 아들들과 아내 텔레파사는 아우로페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없이 많은 고생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결국 집으로 돌아갈 수 없던 세 아들들은 머나먼 타지에서 각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에우로페는 제우스와의 사랑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제우스의 바람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었던 것뿐이었습니다. 제우스는 또다시 새로운 상대를 찾아 크레타섬을 떠났고 그녀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제우스가 떠나자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오스가 그녀에게 청혼했습니다. 사랑을 잃고 아파하던 그녀는 그 빈자리를 채워주겠다고 약속한 그에게 이끌려 청원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두사람 사이에 예쁜 딸이 태어났습니다. 그들은 딸의 이름을 섬의 이름을 본떠 크레테라고 지었습니다. 선한 마음씨의 아스테리오스는 에우로페가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세 아들들을 양자로 맞이하고 그들 가운데 미노스를 후계자로 삼았습니다. 에우로페는 감당할 수 없는 대상과 꿈같은 첫사랑을 했지만, 그 사랑의 대가를 치르느라 나중에는 쓰라린 이별의 아픔 또한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다시 찾아온 사랑으로 웃음 짓게 된 에우로페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후 에우로페는 유럽 대륙 이름의 어원이 되었고, 제우스가 변신했던 황소의 형상은 별자리가 되어 지금도 하늘을 비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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