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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연구소/서양 미술

서양미술로 보는 신화 이야기 - 에오스와 티토노스 -

by 지식 연구원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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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장막을 거두는 에오스
어둠의 장막을 거두는 에오스 그림  출처 : 위키백과

 

아름다운 새벽의 여신 '에오스'

 

 

  올림포스 여신 중에서 최고의 멋쟁이를 꼽으라고 한다면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위 그림은 새벽마다 쌍두마차를 타고 하늘을 가르는 에오스의 모습입니다. 붉은 태양이 떠오를 때면 그녀는 장밋빛 붉은 손가락으로 밤의 장막을 거두어들이고 그 자리에 꽃을 뿌렸습니다. 꽃과 함께 하늘에 나부끼는 그녀의 옷자락은 멋진 장관을 연출하곤 합니다. 마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만 봐도 멋있을텐데, 꽃까지 뿌리다니 최고의 멋쟁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에오스의 마차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빛을 내뿜는 파에톤과 람포스라는 두 말이 끌었습니다. 

 

 

에오스는 티탄 신족인 히페리온과 테이아의 딸로, 그녀의 아버지 히페리온은 태양을 다스리는 신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에오스의 오라버니 헬리오스가 태양신이 되었고, 여동생 셀레네는 달을 다스리는 여신이 되었습니다. 에오스가 어둠의 장막을 거두어들이고 새벽을 열면, 잠시 후에 헬리오스가 네 마리의 말이 이끄는 불의 수레를 타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며 낮을 주관했습니다. 그리고 헬리오스가 지나간 자리를 셀레네가 뒤이어 따라가며 밤의 장막을 쳤습니다. 그런데 이 세 남매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셀 수 없이 많은 상대와 연애를 해 온갖 추문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셋 가운데서도 에오스의 남성 편력은 따라올 자가 없었습니다. 

 

 


 

에오스의 첫번째 남편 아스트리오스의 저주

 

 

  에오스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그저 육체적인 욕망만을 채우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녀의 첫 남편은 티탄 신족인 아스트라이오스로, 이 둘은 밤낮 없이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 부부 사이에 네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훗날 이 아이들은 바람과 별을 주관하는 신이 되었습니다. 제피로스는 서풍을, 노토스는 남풍을, 보레아스는 북풍을, 헤르페로스는 저녁별을 다스렸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그녀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점점 사그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에 젊고 아름다운 남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풍요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인이었던 군신 아레스와 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아프로디테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에오스에게 저주를 내렸는데, 그녀와 사랑을 나눈 모든 남자들의 목숨을 앗아가 버렸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에오스는 자신의 남성 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에오스는 아름다운 청년을 만날 때마다 그를 유혹해 잠자리를 가졌으며, 그때마다 아프로디테는 그들을 찾아내어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렇게 한때 자신과 사랑을 나누었던 사이였지만 에오스는 그들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상대를 찾아 나섰습니다. 

 

 


 

늙은 티토노스를 두고 떠나는 에오스
늙은 티토노스를 두고 떠나는 에오스 그림. 이미지출처 : 위키미디어

 

위 그림은 한때 너무나 사랑하는 마음에 에오스는 티토노스에게 영생까지 선물했지만 세월을 주름 앞에 그 사랑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세월의 주름 앞에 무너진 사랑 '에오스와 티토노스'

 

 

  타오르는 욕망을 잠재우지 못하고 방황하던 에오스에게도 어느 날 진실한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그 상대는 티토노스라는 이름의 청년으로 트로이의 왕 라오메돈의 아들이었습니다. 티토노스를 향한 에오스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 에오스의 머릿속에 늘 그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자신과 사랑을 나눈 남자는 모두죽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에오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만 태웠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를 품에 안지 않고서는 자신이 못 견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에오스는 그를 일단 납치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 어떤 날보다도 신경 써서 곱게 차려입은 에오스는 쌍두마차를 타고 티토노스에게 접근했습니다. 에오스는 그에게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건넸습니다. 

"티토노스, 그렇게 머뭇거리지 말고 마차에 타요. 저 아름다운 하늘을 가르며 잠시 산책이나 하는 건 어때요?"

그러면서 머뭇거리는 그에게 다가가 얼른 팔을 잡아당겼습니다. 티토노스가 올라타자 그녀는 빠른 속도로 마차를 몰아 하늘을 향해 내달렸습니다. 티토노스는 지금 납치되어온 꼴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매력적인 에오스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 갔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와 환희에 가득 찬 밤을 보낸 에오스는 다음 날 티토노스와 함께 올림포스의 최고 신 제우스에게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간절히 요청했습니다. 

"제우스님! 저는 이 남자를 정말로 사랑해요. 제발 아프로디테의 저주에서 벗어나 이 남자가 우리들처럼 영원히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우스는 그녀의 간곡한 청을 들어주었고, 둘은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티토노스가 다른 사람들처럼 늙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그녀의 사랑도 식어갔습니다. 결국 티토노스의 머리가 백발이 되자 에오스는 그를 침실에 가두고는 음식으로 꿀만 내주며 홀로 외롭게 살도록 방치했습니다. 티토노스는 계속해서 늙어갔는데, 에오스는 급기야 티토노스를 매미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시 혼자가 된 에오스는 매일 새벽마다 어둠의 장막을 걷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상대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런 에오스의 남성 편력은 다른 연인의 비극적 사랑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었습니다. 선미의 '열이 올라요'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녀와 사랑을 나눈 남자들이 모두 열이 오르며 쓰러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혹시 여신 에오스를 컨셉으로 한 것은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에오, 에오" 가사도 에오스를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요??

 

 

참고문헌 : 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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